나는 숙주무침을 아주 좋아한다. 내가 숙주무침을 좋아한 걸 언제 알게되었냐. 몇년 전 친구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1박 2일 정도만 지내서 딱히 말레이시아 음식이란 걸 먹어본 기억이 많진 않지만, 대부분의 음식이 짰던 걸로 기억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맥주. 맥주가 맛없기도 쉽지 않았는데 말레이시아 맥주는 나와 정말 맞지 않았다. 맥주 좋아하는 내가 반 이상을 남겼을 정도니..
싱가포르에서의 밥은 어느정도 입맛에 잘 맞았던 걸로 기억난다. 하지만 매운 음식도 딱히 없고, 먹을만한게 없으면 항상 맥도날드를 갔던 우리라 한식이 그리웠다.
싱가포르에서 유명하다는 가든스바이더베이에서 쇼를 보고 마리나베이샌즈 쇼핑몰로 갔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마땅히 먹을 것이 없어 쇼핑몰 내에 있는 푸드코트를 방문했다. 사람도 많고, 가게도 다양해서 어떤 걸 먹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부페식으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면 담아주는 가게에 갔다.
어떤 음식인지 잘 모르겠지만 대충 고기 반찬으로 보이는 몇 개의 음식과 누가봐도 숙주무침으로 보이는 야채 반찬도 하나 담았다. 다른 음식은 기억이 안 나는데 그 숙주무침만큼은 기억이 또렷이 날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너무 맛있어서 친구의 몫까지 다 먹어버렸다. 그리고 다짐했다. 한국 돌아가면 무조건 숙주무침을 해먹으리.
실제로 한국 돌아오자마자 마트에서 산 것이 숙주이다. 그날 더 먹고 싶었지만 못 먹어서 한이 맺혔던 숙주무침을 하루만에 다 먹었다. 양껏.
오랜만에 숙주무침을 했다. 숙주는 끓는 물에 1분 정도만 데치고, 약간의 소스만 넣으면 금방 맛있는 숙주무침이 완성된다. 단독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매운 요리와도 궁합이 잘맞다. 나는 오늘 매콤한 쭈꾸미 볶음과 숙주무침을 같이 먹었다. 완벽한 한 끼였다.
'백수지만 맛있는 걸 먹고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부 두부두부 으쌰으쌰 (0) | 2024.03.21 |
---|---|
양배추는 사랑입니다. (0) | 2024.03.09 |